여호수아 7장 · 족보 읽기
여호수아 7장에서 아이 성 싸움이 패배로 끝난 뒤, 제비뽑기로 지목된 사람이 아간입니다. 그런데 본문은 그를 소개할 때 이름만 말하지 않고 조상을 줄줄이 늘어놓습니다. 왜 그랬을까요? 이 글은 구절마다 개역개정 본문을 대조하고, 핵심 단어는 히브리어 본문까지 확인해서 아간의 족보를 정리한 것입니다.
1. 먼저 답부터
아간은 유다 지파 세라 족속 사람입니다. 여호수아 7:1은 그를 “유다 지파 세라의 증손 삽디의 손자 갈미의 아들 아간”이라고 소개합니다. 유다에서 시작해 세라, 삽디, 갈미를 거쳐 네 번 내려간 후손입니다.
| 구절 | 본문 (개역개정) | 알 수 있는 것 |
|---|---|---|
| 수 7:1 | “유다 지파 세라의 증손 삽디의 손자 갈미의 아들 아간이 온전히 바친 물건을 가졌음이라” | 유다 지파 · 세라 · 삽디 · 갈미 · 아간 순서 |
| 수 7:16-18 | 유다 지파 → 세라 족속 → 삽디 → 삽디의 가족 각 남자 → 아간이 뽑힘 | 제비뽑기가 지파에서 한 사람까지 좁혀 감 |
| 수 22:20 | “세라의 아들 아간이 온전히 바친 물건에 대하여 범죄하므로” | 여기서 “아들”은 후손이라는 뜻으로 쓰임 (7:1에서 세라의 증손) |
| 대상 2:4 | “유다의 며느리 다말이 유다에게 베레스와 세라를 낳아 주었으니” | 세라는 유다와 다말의 쌍둥이 아들 |
| 대상 2:6-7 | “세라의 아들은 시므리와 에단과 헤만과 갈골과 다라니 … 갈미의 아들은 아갈이니 그는 진멸시킬 물건을 범하여 이스라엘을 괴롭힌 자이며” | 역대기는 같은 사람을 “아갈”이라 부르고 그의 죄를 한 줄로 요약 |
2. 유다의 쌍둥이: 베레스 줄과 세라 줄
아간의 뿌리는 창세기 38장까지 올라갑니다. 유다의 며느리 다말이 쌍둥이를 낳을 때 한 아이의 손이 먼저 나오자 산파가 그 손에 홍색 실을 맸습니다. 그런데 그 아이가 손을 도로 들이고 동생이 먼저 나와 이름이 베레스가 되었고, 손에 홍색 실이 있는 형은 뒤에 나와 세라라 불렸습니다(창 38:27-30).
이후 두 아들은 각각 유다 지파 안의 종족이 됩니다. 민수기 26:20은 “베레스에게서 난 베레스 종족과 세라에게서 난 세라 종족”을 나란히 적습니다. 아간은 그중 세라 쪽입니다. 같은 유다 가문의 베레스 줄에서는 마태복음 1:3-6의 계보를 따라 람, 아미나답, 나손, 살몬, 보아스, 오벳, 이새, 다윗이 나옵니다.

3. 이름이 둘이다: 삽디와 시므리, 아간과 아갈
여호수아 7:1은 “삽디”, 역대상 2:6은 세라의 아들로 “시므리”를 적습니다. 이름이 달라서 같은 사람인지에 대해 본문이 직접 설명해 주지는 않습니다. 같은 사람의 다른 표기로 보는 견해가 많지만, 확정할 수 있는 것은 두 본문 모두 아간을 세라 가문에 둔다는 점입니다.
아간(수 7장)과 아갈(대상 2:7)도 마찬가지입니다. 히브리어 본문에서 여호수아는 아간(עכן), 역대기는 아갈(עכר)로 적습니다. 역대기 저자는 이 이름 뒤에 “이스라엘을 괴롭힌 자(עוכר ישראל)”를 붙입니다. 이 말은 여호수아 7:25에서 여호수아가 한 말 “네가 어찌하여 우리를 괴롭게 하였느냐”의 “괴롭게 하였느냐(עכרתנו)”와 뿌리가 같습니다. 그리고 여호수아 7:26의 골짜기 이름 아골(עכור)도 같은 소리입니다. 이름과 죄와 땅 이름이 한 소리로 이어집니다.
4. 제비뽑기가 좁혀 간 길
여호수아 7:14는 하나님이 정하신 방식을 이렇게 말합니다. 지파대로, 족속대로, 가족대로, 남자들이 가까이 나아오게 하라. 실제로 뽑힌 순서는 다음과 같습니다.
마지막 단계의 이름이 불린 뒤에도 여호수아는 바로 처벌하지 않았습니다. “내 아들아 청하노니 이스라엘의 하나님 여호와께 영광을 돌려 그 앞에 자복하고 네가 행한 일을 내게 알게 하라”(수 7:19)고 말합니다. 아간은 대답합니다. “내가 노략한 물건 중에 시날 산의 아름다운 외투 한 벌과 은 이백 세겔과 그 무게가 오십 세겔 되는 금덩이 하나를 보고 탐내어 가졌나이다 … 내 장막 가운데 땅 속에 감추었는데”(수 7:21). 히브리어 본문에서 이 고백은 보고, 탐내고, 가져가고, 숨긴 네 동작입니다.
5. 금지 명령과 그 결과
여리고를 치기 전 명령은 분명했습니다. “오직 너희는 그 바친 물건에 손대지 말라”(수 6:18). 은금과 동철 기구는 “다 여호와께 구별될 것이니 그것을 여호와의 곳간에 들일지니라”(수 6:19)고 했습니다. 아간의 죄로 이스라엘은 아이 성에서 졌고 약 삼십육 명이 죽었으며 “백성의 마음이 녹아 물 같이 된지라”(수 7:5)였습니다.
하나님은 이 일을 개인의 은밀한 일로 보지 않으셨습니다. “이스라엘이 범죄하여 … 그들이 온전히 바친 물건을 가져가고 도둑질하며 속이고”(수 7:11). 훗날 여호수아 22:20도 “그의 죄악으로 멸망한 자가 그 한 사람만이 아니었느니라”고 돌아봅니다.
아들들과 딸들은 어떻게 되었나?
여호수아 7:24은 여호수아와 온 이스라엘이 아간과 은, 외투, 금덩이, “그의 아들들과 그의 딸들과 그의 소들과 … 그에게 속한 모든 것을 이끌고 아골 골짜기로 가서” 갔다고 합니다. 이어 7:25은 “온 이스라엘이 그를 돌로 치고 물건들도 돌로 치고 불사르고”라고 적습니다. 본문만 보면 자녀가 현장에 있었다는 것은 분명하지만, 누가 어떤 형벌을 받았는지는 해석이 갈립니다. 한편 신명기 24:16은 “자식들은 그 아버지로 말미암아 죽임을 당하지 않을 것이니 각 사람은 자기 죄로 말미암아 죽임을 당할 것”이라고 합니다. 이 두 본문을 함께 읽는 방법에 대해 주석가들의 의견이 나뉩니다.
6. 아골 골짜기
돌무더기를 쌓은 자리에 대해 본문은 이렇게 말합니다. “그 곳 이름을 오늘까지 아골 골짜기라 부르더라”(수 7:26). 정확한 위치는 확정되지 않았습니다. 다만 여호수아 15:7이 유다 지파 북쪽 경계를 설명하며 “아골 골짜기에서부터 드빌을 지나 북쪽으로 올라가서 … 길갈을 향하고”라고 적고 있어, 여리고 가까운 유다 경계의 골짜기였음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 골짜기 이름은 나중에 완전히 다른 뜻으로 쓰입니다. 호세아 2:15는 “아골 골짜기로 소망의 문을 삼아 주리니”라고 하고, 이사야 65:10은 “아골 골짜기는 소 떼가 눕는 곳이 되어 나를 찾은 내 백성의 소유가 되려니와”라고 합니다. 괴로움의 이름이 쉼과 소망의 이름으로 바뀌는 약속입니다.
7. 같은 유다 지파, 라합과 아간
여리고에는 두 부류의 사람이 있었습니다. “바친 물건”을 가져간 아간, 그리고 여호수아가 보낸 사자들을 숨겨 주어 구원받은 기생 라합입니다. 여호수아 6:25는 라합이 “오늘까지 이스라엘 중에 거주하였”다고 적습니다. 마태복음 1:5는 “살몬은 라합에게서 보아스를 낳고”라고 합니다. 이 계보 구절은 라합이 유다 지파 베레스 줄의 한 가정에 들어왔음을 보여 줍니다. 본문은 살몬이 정탐꾼이었다고는 말하지 않습니다.
그러니 같은 유다 지파 안에서 한쪽은 세라 줄의 아간이 이스라엘을 괴롭게 했고, 다른 쪽은 베레스 줄에 들어온 라합이 이스라엘의 계보에 들어온 셈입니다. 혈통이 아니라 여호와의 말씀 앞에서 어떻게 했느냐가 이 둘의 갈림길이었습니다.
8. 세라 가문에는 다른 이름들도 있다
역대상 2:6에 나오는 세라의 아들 에단, 헤만, 갈골은 열왕기상 4:31에도 비슷한 이름으로 등장합니다. 솔로몬이 “예스라 사람 에단과 마홀의 아들 헤만과 갈골과 다르다보다 나으므로” 이름이 사방에 들렸다는 구절입니다. 시편 88편 표제는 “에스라인 헤만”, 시편 89편 표제는 “에스라인 에단”이라고 적습니다. 이름이 겹치기 때문에 같은 인물로 보는 견해가 있지만, 열왕기상 4:31은 헤만을 “마홀의 아들”이라 적어서 학자들 사이에 논쟁이 있습니다. 확실한 것은 세라 가문에 지혜로 이름난 사람들의 이름이 나란히 기록되어 있다는 사실까지입니다.
9. 족보가 말해 주는 것
- 족보는 책임을 면해 주지 않습니다. 아간은 유다 지파의 이름 있는 가문 사람이었습니다. 본문은 가문을 소개하고 나서 곧바로 그가 한 일을 말합니다.
- 한 사람의 숨긴 죄가 공동체를 흔듭니다. “이스라엘이 범죄하여”(수 7:11), “그 한 사람만이 아니었느니라”(수 22:20).
- 고백의 자리가 마련되어 있었습니다. 여호수아는 “여호와께 영광을 돌려 그 앞에 자복하라”(수 7:19)고 말했습니다.
- 이름이 바뀔 수 있습니다. 괴로움의 골짜기는 소망의 문이 됩니다(호 2:15).
짧은 덧붙임: 세대 수 이야기
아간은 유다에서 시작해 다섯 번째 세대(유다 포함)입니다. 모세는 레위의 증손입니다(출 6:16-20: 레위의 아들 고핫, 고핫의 아들 아므람, 아므람이 아론과 모세를 낳음). 창세기 15:16은 “네 자손은 사대 만에 이 땅으로 돌아오리니”라고 말합니다. 이 세대 수들이 출애굽 연대를 정해 주지는 않습니다. 다만 앞서 정리한 출애굽 연대 논쟁에서 말한 짧은 애굽 거주 읽기와 어울린다는 의견이 있다는 정도로만 참고하시면 좋겠습니다. 족보에는 생략이 있을 수 있어서 세대 수만으로 햇수를 계산하는 것은 조심해야 합니다.
이미지 출처
- 유다와 다말: Arent de Gelder, 공개 도메인 — Wikimedia Commons
- 유대 광야 와디 켈트: Fallaner, CC BY-SA 4.0 — Wikimedia Commons
성경 본문은 개역개정을 구절마다 대조했고, 아간·아갈·아골 등 핵심 단어는 히브리어 본문(Miqra According to the Masorah)으로 확인했습니다. 족보 도표는 직접 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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